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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 물은 어떻게 내려가나?

생활기술연구소 2024. 7. 8.

다급함과 답답함이 공존하는 곳, 찝찝함과 개운함이 교차하는 곳, 누군가는 사색에 빠지고 누군가는 사색이 되어가는 곳, 어쩌면 하루 중 가장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게 되는 곳, 아마 변기 위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변기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보려고 합니다.

변기의 구조는 단순

변기는 사실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이나 단순한 물건입니다.

치마형 양변기도 물이 내려가는 원리는 같다.
치마형 양변기

최근엔 치마를 둘러서 아주 심플하고 깔끔한 디자인의 변기가 많이 사용되긴 하지만, 아직도 물이 내려가는 수로부분이 겉으로도 도드라져 보이는 변기도 많이 사용하죠.

내부도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변기의 아랫도리, 보통 변좌라고 부르는 부분 안쪽에는 항상 물이 고여있는데요. 이렇게 고여있는 물을 봉수라고 합니다. 봉수는 변기 아래의 배관에서 올라오는 악취를 막는 역할을 합니다.

변좌안에 봉수가 고여있는 모습

이 봉수는 뒷쪽에 있는 거꾸로된 U자 모양의 수로 덕분에 변좌안에 일정한 높이로 자연스럽게 고이게 됩니다.

이렇게 물을 고이는 이 부분을 트랩이라고 합니다.

변기의 배수원리도 단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변기는 사이펀 현상에 의해 배수가 이루어집니다.

어쩌면 사이펀이라는 단어가 생소하신 분들도 계실텐데요. 아래 그림과 같은 실험은 많이 기억하실 겁니다.

변기 배수시 일어나는 사이펀 현상에 대한 이해를 돕는 그림
사이펀 현장

사이펀 현상은 위 그림과 같이 높이차가 있는 두 수조 사이를 물이 가득 찬 호스로 연결했을때 높은 위치의 수조에 담긴 물이 아래쪽 수조로 중력에 의해 이동하게 되는 현상입니다.

우리말로는 "빨아넘이관"라고 표현한다는군요. 표현이 아주 많이 꽤 직관적입니다. 이 단어가 표현하는 그대로 말 그대로 빨아들여서 넘어간다는 의미입니다.

변기에 물을 내릴때에도 변기안에서 위 그림과 비슷한 일이 일어납니다.

변좌안에 물을 부어 봉수가 트랩 윗부분을 넘어가기 시작하면 앞쪽의 봉수도 빨아들여서 함께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변기안에서 사이펀 현상으로 물이 내려가는 모습

그렇게 변좌안에 고였던 봉수가 모두 배수됩니다. 원래 차있던 봉수가 모두 배수된 후 보충수가 변좌안에 고여 다시 봉수가 됩니다.

변기 배수성능의 딜레마

이 과정에서 변기 배수성능의 딜레마가 발생합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변기의 배수수로 직경은 50mm 정도입니다. 생각보다 작죠?  만약 우리가 많이 큰 "그것"을 생산하게 된다면 어쩌면 쉬 내려가지 않을지도 모를 크기입니다.

단순히 생각하면 이 수로의 직경만 늘리면 변기의 배수성능이 개선될 것처럼 보이는데요. 이게 또 생각보다 그렇게 단순한 일이 아닙니다.

수로의 크기가 늘어나면 사이펀 현상을 일으키키 위해 더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사이펀 볼텍스 형식의 치마형 양변기도 결국 사이펀 현상으로 물이 내려간다.
생긴건 조금씩 달라도 기본적인 구조는 비슷함

하지만 변기를 한번 배수시킬 때 필요한 물의 양은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대변기는 공급수압 98kPa에서 사용수량이 6리터 이하인 것
수도법 시행규칙 제1조의 2 "절수설비 및 절수기기의 종류 및 기준"

배수성능을 개선하려면 수로의 직경을 늘려야 하는데 그러려면 사이펀 현상이 일어나기 위한 최소 물양을 늘어납니다.

하지만 변기의 사용수량은 1회 6리터로 법에 정해져 있죠.

요새 변기가 옛날 변기보다 잘 막힌다?

요즘 변기들이 옛날 변기보다 못하다 시원치 않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더러 있습니다.

사실 이말은 왜곡된 기억으로 인한 괜한 불만은 아닙니다. 실제로도 그랬으니까요.

이전에는 국내에서 사용하던 변기의 사용수량은 13리터였습니다. 현재 법으로 정해진 것의 두배가 넘죠.

그러다보니 십수년전 언젠가 KS규격과 서울시의 조례가 양변기의 배수량을 6리터 이하로 줄이는 것으로 규정했을 때 제법 큰 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단순히 내려가는 물의 양만 줄여서 될 일은 아니었으니까요.

원래 변기를 그대로 두고 변기의 배수량만 줄이면 위에서도 이야기했듯 사이펀현상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봉수에 빠진 우리의 그것이 잘 내려가질 않게 됩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사용수량을 줄인 상태에서도 사이펀 현상이 일어나게 하기 위해선 기존 수로의 직경을 줄여야 하는데 수로의 직경을 줄이면 변기가 잘 막히거나 보기싫은 잔여물이 남는등의 배수불량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번에 13리터의 물을 내려보내는 옛날 변기들보다 1회 배수량이 6리터인 현재 양변기의 배수성능이 시원치 않아 보이는 건 어찌보면 당연할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이누스의 투피스 양변기

물론 지금 시중에 판매되는 변기 제품들은 6리터에서도 충분한 배수성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마치며

단순한 원리에 단순한 구조를 가진 물건이지만, 단순한 문제만 생기는 건 아닙니다.

때론 제조공정에 따라 때론 사용하는 사람의 습관에 따라 또 때론 연결된 배관에 따라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생각보다 흔한 악취문제만 봐도 사용습관에 따라 변기 겉이 오염된 경웁부터 연결된 배관의 압력차이나 변기와 배관의 접합부 연결불량까지 원인이 다양합니다.

단순히 증상만으로 원인이 직관적으로 판단되지 않는 경우도 제법 많아 한번 문제가 생기면 골치가 아픈 경우가 많기도 하죠.

이후 몇개의 포스팅으로 나눠서 변기에 생길 수 있는 문제와 원인, 해결방법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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